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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6일 오후, 리스본 메트로의 Campo Grande 역에 내렸다. Amarela(노란색)선과 Verde(초록색)선 의 환승역인 이 역을 벗어나면 금방 스포르팅 CP의 홈 경기장인 이스타디우 조제 알발라드를 만날 수 있다. 리스본이라는 도시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은 터라 전날 찾았던 벤피카의 홈 경기장인 이스타디우 다 루스와도 멀지 않고, 주요 관광지가 밀집한 곳들과도 그렇게 멀지 않다.


이스타디우 조제 알발라드

촬영: 2019년 5월 26일


 

 

 

조금만 걸어 나오면 이렇게 초록초록한 경기장 외관이 보이기 시작한다. 또 하나의 스타디움 투어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살펴보니 영화관 등이 경기장 시설에 같이 들어와 있는 모양이다. 그런 점에서는 상암월드컵경기장과 비슷한 느낌이기도 하다. 초록색과 노란색 등이 섞인 타일 모자이크처럼 생긴 외벽이 다른 경기장과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내고 있다. 생각해 보니 수도 리스본을 대표하는 양대 라이벌 구단의 색깔이 각각 붉은색과 녹색으로, 포르투갈 국기 색상과도 맞아 떨어진다.

먼저 스토어를 찾았다. 어제 들렀던 벤피카 스토어가 아디다스와 함께 큰 규모로 운영하는 스토어였다면, 스포르팅의 스토어는 좀 더 조용하고 작은 분위기다. 킷 서플라이어는 마크론이다. 유럽 대항전 버전과 리그 버전의 셔츠가 있고, 세일 중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브루노 페르난데스 마킹으로 하나 업어올걸 싶은 생각이 든다. 리스본이 여행 첫 도시였던 터라 예산을 좀 신중하게 쓰고 있었기 때문에 넘겼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약간 아쉽다.

이 구단의 최고 자랑거리는 역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 스포르팅 유스 출신이며, 성인 팀 데뷔를 이루자마자 얼마 안 되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포르투갈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는 수식어와 함께 옛날 사진이 곳곳에 걸려 있다. 이곳이 스타디움 투어를 시작하는 매표소 창구 근처다.

벤피카보다 착한 가격인 14유로에 스타디움 투어와 박물관을 즐길 수 있다.

전날 방문한 이스타디우 다 루스와 마찬가지로 유로 2004를 대비해 신축한 구장이다. 이 게이트는 기존 조제 알발라드 경기장 일부를 보존해 새 경기장에 활용한 부분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투어가 시작된다.

우승 경력과 함께 이 팀이 배출한 위대한 두 선수들, 호날두와 피구의 사진이 걸려 있다. 생각해 보면 이 두 명을 생각했을 때 처음 떠오르는 클럽들은 스포르팅이 아니지만, 이 팀이 키워 냈다는 점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팀의 경우 선수 이름과 등번호가 각 라커에 초록색 바탕으로 붙어 있는 사진을 본 것 같다. 홈 팀 드레싱룸은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전날 컵대회 우승 후 드레싱룸에서 한껏 즐겨서 팬들에게 공개할 만 한 상태는 아니었던 모양...

이제 스타디움 투어의 핵심인 그라운드를 볼 차례다. 잔디가 팀 로고 패턴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관중석의 의자 역시 모자이크 패턴이다. 요즘 이 경기장에서 포르투갈 대표팀 경기도 몇 차례 있었고,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버블 일정도 이곳에서 열렸는데, 경기 영상 찾아보면서 이때 봤던 경기장 모습이 꽤나 생생했다.

잔디에서 올려 찍는 컷은 내가 스타디움 투어에서 찍는 사진들 중 가장 좋아하는 각도다. 예전에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와 비센테 칼데론에서 비슷한 것을 찍은 적이 있는데, 언젠가 이곳에서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날 역시 날씨가 참 좋아서, 원색이 많이 들어간 경기장이 더 예쁘게 보인다. 5만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데, 6만 4천 석 정도 규모의 이스타디우 다 루스보다는 약간 작다. 그래도 UEFA Category 4에 해당하는 경기장이다.

기자회견장에 앉는 것은 역시 스타디움 투어의 필수 코스다. 스크린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스타디우 다 루스의 기자회견장에 비해 차분한 분위기다. 팀 컬러도 녹색이라 그런가...

VIP 라운지에서 바라본 경기장 풍경. 확실히 훌륭한 시야다.

이제 다시 박물관으로 넘어간다. 여러 종목 팀을 운영하고 있어서 각종 트로피로 가득하다. 그리고 익숙한 이름들이 보인다. 레오나르두 자르딤, 마르쿠 실바의 이름과 함께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인 파울루 벤투의 이름이 있다. 벤투는 이곳에서 선수 커리어의 마지막을 보내고, 유스팀 감독을 거쳐 감독까지 경험했고, 괜찮은 성적을 거둔 뒤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이 아디다스 피버노바 사인볼로 말할 것 같으면, 이스타디우 조제 알발라드의 개장 경기 기념구라고 한다. 바로 그 경기다. 2003년 8월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였고, 이 경기에서 만 17세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알렉스 퍼거슨 경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 것은 꽤나 유명한 이야기다.

여기도 호날두와 피구가 있다. 이 나이키 T90은 피구의 실착.

28번을 달았던 호날두, 그리고 오랜 시간 넘버원으로 뛴 후이 파트리시우(현 울버햄튼)의 대표팀 셔츠. 그리고 루이스 나니의 셔츠도 있다. 포르투갈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 오래 머물기보다 해외로 나가게 되는 경우가 많기에 이렇게 팀 출신 선수, 전성기를 다른 클럽에서 보낸 선수들에 대해서도 전시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었다. 이렇게 투어를 어느 정도 마무리했다.

여담으로, 이날도 투어에 참여한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이곳에서도 투어 담당 직원과 함께 축구 얘기를 하면서 투어를 했었다. 나와 대충 나이가 비슷했던 그 직원은 이 팀 유스 시스템에서 뛰다가 그만뒀다고 했다. 마침 이때는 시즌이 막 끝난 여름 이적시장의 초입이었고, 나는 스포르팅 선수들 중 팀 에이스인 브루노 페르난데스에 대해 많이 얘기했었다. 그 직원은 브루노에 대해 크게 칭찬하면서도 아마 여름에 떠날 것 같다고 체념하듯 말했었고, 당시 유력한 행선지로 거론되던 곳은 맨체스터의 두 클럽들이었다. 결국 다음해 겨울이적시장 마감일이 되어서야 맨유 유니폼을 입고, 곧장 큰 임팩트를 남기기 시작해서 '진작 좀 데려오지'싶은 생각을 하곤 했었다. 알았다면 그때 유니폼이라도 사 둘 걸...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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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풍경과 함께 여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먹는 일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열심히 검색하고 발품을 팔아 맛있는 것을 찾아다녔다. 주로 구글 지도의 별점을 바탕으로, 영문 자료 위주로 검색했다.
여행 초반이라 체력이 남아돌아 언덕 가득한 리스본을 하루에 25km씩 걸은 만큼, 맛있는 것을 많이 찾아다녔다. 나름 화려한 혼밥의 기록이다.


포르투갈 리스본
촬영: 2019.5.24~27


자정이 다 되어 리스본에 도착해서 다음날 아침, 무슨 생각이었는지 시내부터 천천히 페이스를 올리지 않고 기차부터 올라탔다. 신트라와 호카 곶을 여행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오전에 신트라에서 페냐 성과 무어 인의 성 두 군데를 방문한 후 호카 곶을 향하는 버스를 타기 전에, 신트라 역 뒷골목의 식당을 찾았다.

Bacalhau a bras를 선택했다. 양파와 튀긴 감자, 바깔라우(염장 대구)를 잘게 썰어 볶아낸 것에 달걀이 들어간다. 양파와 감자볶음에 짭조름한 대구 맛과 달걀의 부드러움이 살짝 더해진다. 화려하진 않아도 무난하게 맛있다.


유서 깊은 카페라고 한다. 에스프레소를 시켰다.
나름 커피 매니아에 가까운 편이라 여행 중에는 한국에서 쉽게 찾지 못하는 에스프레소를 마음껏 즐길 생각이었는데, 시작이 썩 좋은 기억은 아니었던 것 같다.
커피 취향 탓인지, 관리가 잘 되지 않아서인지 그다지 기분 좋지 않은 쓴맛만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이 많았던 가게였는데 기대 이하였다.
내 모카포트로 뽑은 커피나 네X프레소만도 못한 느낌.
물론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Pastel de nata. 이곳은 큰 설명이 필요 없는 곳이다. 문 여는 시간에 맞춰서 갔다. 하나당 1.1유로. 취향에 따라 슈가 파우더를 뿌릴 수도 있고, 안 뿌릴 수도 있다. 커피가 들어가지 않으면 덜 깬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카페인 의존 증상이 있는 나는 역시 에스프레소를 곁들였다. 커스터드 크림의 부드럽고 달콤한 맛과 에스프레소는 최고의 조합이다.


메트로 Verde선의 종점인 Cais do Sodre역을 나오면, 히베이라(Ribeira) 시장에 위치한 타임아웃 마켓을 찾을 수 있다. 여행 잡지인 타임아웃은 이 여행을 준비하는 데도 꽤 도움을 준 컨텐츠 중 하나인데, 그 잡지사에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이렇게 참여하게 된 것이다. 마켓 안의 여러 음식점에서 주문한 음식을 받아 와서 중앙의 테이블에 앉아 먹으면 된다. 시내의 여러 유명한 레스토랑들을 모아 놓은 것 같다. 가격대가 약간 있지만, 높은 확률로 맛있는 것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인정.

연어 타다키. 겉면만 살짝 불로 익혀 훈제연어 비슷한 향이 나고, 나머지는 연어회다. 일본풍의 간장소스에 쪽파가 올라가 있다.

Super Bock 생맥주. Sagres와 함께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맥주라고 한다. FC 포르투, 스포르팅의 셔츠 등에서 본 적 있는 이름이다.

포르투갈에 왔으니 문어를 먹긴 해야겠는데, 어떻게 먹을까 하다가 문어를 올린 오픈 핫도그를 골랐다. 채소가 조금이라도 들어 있는 것을 골라 보려고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레 결론은 이쪽으로... 구운 문어에 곁들여진 소스가 알리올리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평소 마요네즈를 즐기지 않는 나에게도 꽤 맛있게 느껴졌다.

문어를 살짝 잘라내고 찍은 확대샷. 이쪽 동네 문어는 우리나라에서 맛볼 수 있는 것과 달리 베어물면 탱글한, 쫄깃한 저항감 없이 그냥 부드럽게 무너진다. 가격이 만만한 편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보람은 있는 맛이다.

Manteigaria의 pastel de nata. 이곳 역시 유명한 집이다. 타임아웃 마켓에 분점이 있다. 벨렝의 그것보다는 조금 더 단 것 같은 느낌이다. 기분 좋게 디저트로 하나를 먹었다.


아침에 상 조르제 성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알고 보니 나따로 상도 받은 유명한 집이었다. Manteigaria보단 약간 덜 달고 Belem보단 좀 더 달았다. 내부도 깔끔하고 공간도 널찍하다.


뭐 이런 데 식당이 있나 싶었는데...

새삼 인터넷이란 것의 힘을 느꼈던 골목길 안의 레스토랑. 벽에 가득한 낙서에 한국말이 꽤 있었다. 사실 이 글 쓰면서 이 집이 '짠내투어'에 소개된 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Tu e eu의 2호점은 리스본 대성당 주변 골목 저 깊은 곳에 있다. 지도에 찍고 골목 계단을 요리조리 지나 찾아가면서도 참 어떻게 이런 데 식당이 다 있지 생각했었다. 2호점은 호스텔과 함께 있다. 이곳에서 주문한 메뉴는 문어 샐러드. 부드러운 문어와 양파, 토마토, 피망 정도가 들어 있는 것 같다. (오이 헤이터로서 매우 감사한 일이다) 시원하고 새콤한 맛이 여름과 아주 잘 어울렸다. 리스본에서의 식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Tu e eu는 '너랑 나'라는 뜻의 포르투갈어다.


리스본을 떠나기 전 마지막 식사였다. 점심을 여기서 먹고, 바로 앞 산타 아폴로니아 역에서 지하철로 오리엔트 역까지 이동한 뒤 거기서 기차를 타고 포르투로 이동하는 일정이었다. 트렁크 끌고 들어갔는데 식사할 동안 친절하게 잘 보관해 줬다.
아무래도 칼로리가 가득해 보이고 풀이라곤 보이지 않는 메뉴긴 했다.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소박한 식당이다. 그릴에 직화로 구워 불 향이 배고 기름이 잘 빠진 돼지고기가 훌륭했다. 생각해 보니 리스본에서 유명하다는 정어리 구이를 먹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이 집은 생선구이도 잘 한다는 리뷰가 많았다.


아무래도 거의 모든 끼니가 혼밥이다 보니 다양한 메뉴를 맛보기에 좋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첫 도시에서 쌩쌩한 에너지로 발품을 판 만큼, 충분히 로컬한 곳에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언제 또 여행을 갈 수 있으려나...

다른 도시에서의 먹부림 사진들 역시 풀어 볼 생각이다. 음식이 특히 기억에 남는 몇몇 도시들이 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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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5일(여행 2일차). 벤피카의 홈 경기장,

이스타디우 다 루스.


 

리스본 메트로의 Linha Azul(파란색)의 Colegio Militar/Luz역 근처라 접근성이 괜찮은 편이다. 리스본의 대형 쇼핑몰인 콜롬보 쇼핑 센터에서 길을 하나 건너면 이스타디우 다 루스를 찾을 수 있다.

 

역에서 나와서 이런 통로를 지나면

벤피카의 홈 구장임을 알 수 있다. 게이트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경기장에 딸린 보조구장처럼 보이는 곳에서 유스팀 행사가 있는 모양이다. 이 중 어딘가에 미래의 축구 스타가 섞여 있을지도 모르겠다.

 

 

 

 

스타디움 투어 티켓을 끊었다. 17.5유로의 입장료를 받는다. 바르싸나 레알이 25유로 가까운 돈을 받는 것보다는 좀 저렴한 편이다.

 

17번 게이트를 통해 입장한다.

 

 

유로 2004를 맞아 새로 지은 이스타디우 다 루스의 파노라마 샷. 경기장 안에서도 행사가 계속되는 모양이라 아쉽게도 잔디를 밟아 볼 기회까지는 얻지 못했다. 20년이 채 안 된 구장답게 현대적이고 깔끔한 인상을 준다. 6만 5천 석 정도(상암 월드컵경기장과 비슷하다)의 축구 전용구장이다. 구조물이나 스탠드는 벤피카의 상징색인 붉은색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가 10번째 빅 이어를 들어올린 곳이 이곳이고(2014년, 상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최근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버블 형태로 치러진 지난 시즌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도 이곳에서 열렸다.

 

포르투갈 리그 최다 우승팀인 벤피카. 축구 말고도 여러 종목을 하고 있어서, 더 많은 트로피가 있다.

벤피카의 박물관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차지하는 전설은 역시 에우제비우. 곳곳에 에우제비우에 관한 전시물들이 놓여 있다.

 

 

 

 

마침 이날은 한국과 포르투갈이 U20 월드컵 1차전을 치르고 있었는데, 마지막 몇 분을 여기서 볼 수 있었다. 이때만 해도 우리나라 팀이 그렇게 훌륭한 성적을 거두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이날 경기에서는 지금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프란치스쿠 트린캉에게 실점해 0:1로 졌다.

 

대표사진 삭제사진 교체사진 편집

이곳의 최고 명물 중 하나는 독수리다. 비토리아(승리)와 글로리오사(영광)라는 이름을 가진 독수리가 경기장 위를 돌다 구단 로고에 내려앉는 의식이 있다. 세계적으로 다른 몇몇 구단에서 진행하는 의식인데, 이곳의 독수리는 매우 유명한 편이다.

 

 

경기장 바깥에는 에우제비우의 동상이 있다. 여담으로, 이 옷은 1967년 5월 25일 이곳 리스본에서 유러피언컵 우승을 완성한 셀틱의 '리스본의 사자들' 50주년을 기념하는 17/18시즌 홈 셔츠인데, 날짜에 맞춰 입었다. 하필이면 이 셀틱의 배색이 벤피카의 라이벌인 스포르팅과 같은 것이었다는 것이 함정... 덕분에 그날 지나가던 몇몇 벤피카 팬들의 질문에 '노 스포르팅'이라고 대답해야 했다는... 차라리 그날 스포르팅 홈구장을 들를 걸 그랬나 싶은 생각이 잠깐 든다. 

 

 

수많은 유명 선수들이 거쳐 간 구단으로 유명하지만, 아무래도 이분을 빼놓을 수가 없다. 벨라 구트만이다. 구트만의 저주로 잘 알려져 있다. 급료 인상 요구를 구단이 거절하자 떠나면서 100년간 유럽 대회 우승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저주를 퍼부었다. 실제로 벤피카는 2010년대 두 차례의 유로파리그 준우승 포함, 유럽 대회 우승을 그 이후로 하지 못했고, 구트만의 저주는 2020년 기준 아직 42년이 남아 있다.

 

구트만이 감독으로 낸 성과를 기념하는 동시에 아마 화해 내지는 저주의 해소를 위해 이렇게 구장 안에서 기념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 당시 주목하고 있던 벤피카의 유망한 선수들 라커에서 찍었다. 당시 라커룸은 공사 중이어서 임시 라커에서 투어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두 선수는 각각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하면서 벤피카에 거액의 이적료를 남겼다.

포르투갈 리그 셔츠는 포르투 정도를 제외하면 구하기 썩 쉽지가 않아서, 이때 셔츠라도 한 벌 사 둘 걸 그랬나 싶기도 한데, 돌이켜보니 공식스토어 돌면서 이 가격 주고 왜 사지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에겐 킷백과 이베이와 CFS와 레사모가 있는걸... 뭐 어쨌든...

 

 

37번째 우승을 달성한 직후라 포르투갈 프리메이라 리가의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자회견장에서 사진을 찍어 볼 수 있었다. 옷이 아무래도 좀 튄다.

 

구단 슬로건인 E Pluribus Unum. 단결을 강조하는 라틴어 문구다. In God We Trust 이전 미국의 슬로건이었다고도 한다.

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경기장답게, 또 날씨도 좋아서 그런지 선수 입장 터널까지 밝은 느낌이다.

 

딱 여기까지밖에 못 들어가 봤다.

 

투어 마지막 타임이라 나 포함 3-4명 정도밖에 없어서 투어 담당 구단 직원과 축구 이야기를 실컷 하면서 한 바퀴 돌 수 있었다. 유망주들이 어떤 스타일이고 어느 팀이랑 링크되고 이적 가능성은 어쩌고 하는 그런 얘기들이었다. 워낙 관광객 상대 많이 하는 분들이기도 하고, 포르투갈 사람들이 영어를 잘 하기도 하고, 주제가 주제인지라 대화하는 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는...

 

 

 

 

다음 편에서는 같은 도시의 라이벌, 스포르팅 CP의 홈 구장, 주제 알발라드를 소개할 생각이다. 바로 다음날 찾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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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국제공항에 내려 숙소로 가던 지하철.

 

여행을 가면 아침형 인간이 된다. 시차적응이라고 할 것도 없이 잘 자고 일어나서 숙소 근처 호시우 광장으로 나왔다. 신트라행 기차를 타기 위해 호시우 역으로 걸어 가는 길이다. 광장 바닥의 돌이 물결무늬라 약간 어지러워 보일 수도 있겠다. 

신트라로 가는 기차. 근교로 가는 열차인데, '기차'의 느낌보다는 교외로 나가는 국철 느낌에 좀 더 가까워 보인다. ITX 같은...

이 카드가 리스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필수적인 Viva Viagem 카드다. 신트라로 가는 기차와 신트라에서 호카 곶을 왕복하는 버스, 돌아오는 기차까지 커버하는 데 15.5유로, 카드 자체 0.5유로 합쳐서 16유로에 구입할 수 있다. 돌아와서 충전한 뒤 지하철 타는 데 쓰면 된다. 

얼마 걸리지 않아 신트라 역에 도착했다. 약 40분 정도 걸렸다. 역사 자체도 크지 않고, 나가면 바로 페냐 성과 무어 인의 성 등 관광지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포르투갈 전통 아줄레주(Azulejo) 형태로 안내도가 마련되어 있고, 버스 시간표도 확인할 수 있다. 일단 페냐 성으로 가는 434번을 탔다. 

 

페냐 성. 외관이 알록달록하다. 안은 솔직히 별 것 없는 것 같다. 

 

사진은 많이 찍지 못했다. 바람이 보통 많이 부는 날이 아니었다. 쓰고 갔던 모자가 몇 번 벗겨졌는데, 잃어버리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무어 인의 성 진입로. 페냐 성 들어갈 때 탔던 버스 다시 타고 가면 된다. 

약간 만리장성 갔을 때가 오버랩되는 것은 기분 탓인가. 신트라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이곳 역시 바람이 엄청 불었다...

호카 곶. 카몽이스의 시구 '여기,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 '유럽 대륙의 서쪽 끝'이라고 적혀 있다. 어느 정도 배워둔 스페인어와 비슷해서 이해하는 데는 어렵지 않았다. 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는 비슷해서 서로 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했는데, 내가 스페인어 하면 현지인들은 꽤 잘 알아듣는데 정작 나는 그들의 포르투갈어 듣기가 거의 안 되는 뭐 그런 때도 있었다. 물론 포르투갈 사람들은 영어를 대체로 잘 구사해서 여행하면서 의사소통하는 데는 문제가 없긴 했다.  

유라시아 대륙의 반대편 동쪽 끝자락에서 와서 서쪽 끝의 바다를 본다.  거센 바람에 가끔은 숨쉬다 모래가 씹혔지만 어쨌든 바다의 빛깔과 구름이 좋았던 날이었다. 

다시 호시우 역. 이제 리스본 시내를 돌아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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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3일. 그렇게 바랐던 여행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2017년 2월과 7월에 두 차례(여행, 학교 연수 프로그램) 유럽에 다녀오고 나서 바로 군 복무를 시작했던 터라 여행, 그리고 혼자의 시간이 많이 고팠었다. 

 

열심히 저축을 하고 계획을 세운 끝에 2018년 연말에 싸게 풀린 비행기표를 잡았다.

다시 민간인으로 돌아온 지 3주 만에, 한 달이 조금 넘는 일정으로 혼자만의 여행을 시작하는 길이다. 


인천 국제공항, 여행의 시작 


어째 저 양복 입은 아저씨의 뒷모습이 시선을 강탈한다. 공항철도에서 내려 터미널로 들어가는 입구. 여기를 통과하면 엄청 설렌다. 

이제는 조금 오래되어 보이는 인천 국제공항 1 터미널의 푸른빛 전광판. 언제쯤 이렇게 빽빽한 전광판과 붐비는 공항을 볼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내가 탈 비행기는 루프트한자의 프랑크푸르트행 LH 713이었다. 인천 국제공항에서 14시 25분(UTC+9) 출발해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국제공항에 같은 날 18시 40분(UTC+2)에 도착하는, 11시간 15분짜리 비행이다. 

보잉 747. A380과 비슷한 체격인데, 왠지 그 '비만돌고래'보다 내 취향엔 좀 더 못생겨 보인다...

3-4-3배열의 이코노미 좌석. 딱 예상한 정도였다. 기내 엔터테인먼트에 갖춰진 영화들 중에 보고 싶었는데 놓쳤던 것들이 많아서 심심하지 않게 갈 수 있었다. 나는 비행 정보만 봐도 그렇게 심심해하지는 않긴 하지만...

사육이 시작되고 있다. 손목시계의 시간은 목적지 현지시각으로 먼저 돌려 놓는 편인데, 장거리 비행에서 시차와 식사 등을 고려해 컨디션 관리하는 것은 참 난감한 일인 것 같다. 몇 번 경험해 봐도 쉽지 않다.

첫 식사로 펜네 파스타와 닭가슴살 구이를 골랐다. 빵을 한 입 베어 물다 말고 사진이 생각나서 급히 찍은 컷이다. 딱 보이는 그대로의 무난무난한 맛. 사실 이때만 해도 여행에서 상당히 많은 양의 닭가슴살을 먹게 될 줄은 몰랐다...

컨디션 관리하기 어렵다면서 또 야식으로 라면을 알차게 챙겨 먹었다... 하늘 위에서의 컵라면은 언제나 맛있는걸...

제육김치볶음. 비행기를 타면서 현지시각으로 시계를 돌리고 탔기 때문에, 늦은 점심식사 쯤 되려나(?). 은박 도시락 여는 것은 언제나 뜨겁기 때문에 조심조심 열어 본다.

이 여행의 목표 중 하나가 한식을 찾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마지막 한식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렇게 컨디션 걱정하면서 또 맥주를 달라고 했다... 바슈타이너 맥주가 나온다. 가끔 마트나 편의점에서 마주치면 루프트한자의 비행기가 생각나곤 한다.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국제공항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아직 날이 밝다. 11시간을 날았지만 아직 하루가 가지 않은 것이다. 동에서 서로 날아가는 비행은 일단 시간을 빌리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처음 유럽을 찾았을 때 여행을 이곳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익숙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환승이다. 그것도 한 시간 20분이라는 빡빡한 환승이다. 일단 EU지역에 들어왔으니 입국 심사를 해야 하고, 보안 검색을 거쳐야 한다. 리스본으로 연결되는 항공편은 쉥겐 조약 지역 내 국내선 취급이기 때문에, 여기서 입국 절차를 밟는 것이다. 급한 마음이었지만 일단 이곳의 전광판을 한 컷 담아 두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안 검색대를 향했다. 앞에 단체 여행객 그룹까지 있어서 엄청나게 쫄렸다. 겨우 여권에 입국 도장을 받으니 거의 Last Call 시간에 근접했다. 환승 게이트를 향해 전력으로 뛰었다. 겨우 늦지 않고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리스본행 LH 1496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국제공항에서 20시 00분(UTC+2)에 출발해 리스본 국제공항에 22시 00분(UTC+1)에 도착하는, 세 시간짜리 비행이다.

유럽 국내선으로, 에어버스 320이다. 기내 엔터테인먼트는 당연히 제공되지 않고, 3-3배열의 협동체다. 

보잉 747보다는 아무래도 좀 덜 오래된 느낌이다. 

유럽의 서머타임. 20시 출발이지만 해가 지지 않았다. 하긴, 스페인에 있을 때는 저녁 10시가 넘어서야 해가 지고 그때 저녁식사를 했으니...

바질 페스토가 들어간 펜네 파스타와 카프레제 샐러드, 그리고 빵과 버터, 초콜릿. 

실패하면 안 되는 조합이다. 

서유럽 어딘가의 하늘.

해가 다 지고, 리스본 시내가 슬슬 눈에 들어온다.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공항이다 보니 접근하면서 시내의 야경을 살짝  맛볼 수 있다. 


리스본 국제공항

포르투갈에 도착했다. 동글동글한 글씨체가 눈에 들어온다. 포르투갈어 발음과 잘 어울리는 폰트인 것 같다. 

공항에서 바로 지하철로 연결되고, 숙소가 있는 Rossio역 근처까지 지하철로 얼마 걸리지 않는다.


촬영: 2019.05.23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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