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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6일 오후, 리스본 메트로의 Campo Grande 역에 내렸다. Amarela(노란색)선과 Verde(초록색)선 의 환승역인 이 역을 벗어나면 금방 스포르팅 CP의 홈 경기장인 이스타디우 조제 알발라드를 만날 수 있다. 리스본이라는 도시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은 터라 전날 찾았던 벤피카의 홈 경기장인 이스타디우 다 루스와도 멀지 않고, 주요 관광지가 밀집한 곳들과도 그렇게 멀지 않다.


이스타디우 조제 알발라드

촬영: 2019년 5월 26일


 

 

 

조금만 걸어 나오면 이렇게 초록초록한 경기장 외관이 보이기 시작한다. 또 하나의 스타디움 투어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살펴보니 영화관 등이 경기장 시설에 같이 들어와 있는 모양이다. 그런 점에서는 상암월드컵경기장과 비슷한 느낌이기도 하다. 초록색과 노란색 등이 섞인 타일 모자이크처럼 생긴 외벽이 다른 경기장과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내고 있다. 생각해 보니 수도 리스본을 대표하는 양대 라이벌 구단의 색깔이 각각 붉은색과 녹색으로, 포르투갈 국기 색상과도 맞아 떨어진다.

먼저 스토어를 찾았다. 어제 들렀던 벤피카 스토어가 아디다스와 함께 큰 규모로 운영하는 스토어였다면, 스포르팅의 스토어는 좀 더 조용하고 작은 분위기다. 킷 서플라이어는 마크론이다. 유럽 대항전 버전과 리그 버전의 셔츠가 있고, 세일 중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브루노 페르난데스 마킹으로 하나 업어올걸 싶은 생각이 든다. 리스본이 여행 첫 도시였던 터라 예산을 좀 신중하게 쓰고 있었기 때문에 넘겼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약간 아쉽다.

이 구단의 최고 자랑거리는 역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 스포르팅 유스 출신이며, 성인 팀 데뷔를 이루자마자 얼마 안 되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포르투갈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는 수식어와 함께 옛날 사진이 곳곳에 걸려 있다. 이곳이 스타디움 투어를 시작하는 매표소 창구 근처다.

벤피카보다 착한 가격인 14유로에 스타디움 투어와 박물관을 즐길 수 있다.

전날 방문한 이스타디우 다 루스와 마찬가지로 유로 2004를 대비해 신축한 구장이다. 이 게이트는 기존 조제 알발라드 경기장 일부를 보존해 새 경기장에 활용한 부분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투어가 시작된다.

우승 경력과 함께 이 팀이 배출한 위대한 두 선수들, 호날두와 피구의 사진이 걸려 있다. 생각해 보면 이 두 명을 생각했을 때 처음 떠오르는 클럽들은 스포르팅이 아니지만, 이 팀이 키워 냈다는 점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팀의 경우 선수 이름과 등번호가 각 라커에 초록색 바탕으로 붙어 있는 사진을 본 것 같다. 홈 팀 드레싱룸은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전날 컵대회 우승 후 드레싱룸에서 한껏 즐겨서 팬들에게 공개할 만 한 상태는 아니었던 모양...

이제 스타디움 투어의 핵심인 그라운드를 볼 차례다. 잔디가 팀 로고 패턴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관중석의 의자 역시 모자이크 패턴이다. 요즘 이 경기장에서 포르투갈 대표팀 경기도 몇 차례 있었고,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버블 일정도 이곳에서 열렸는데, 경기 영상 찾아보면서 이때 봤던 경기장 모습이 꽤나 생생했다.

잔디에서 올려 찍는 컷은 내가 스타디움 투어에서 찍는 사진들 중 가장 좋아하는 각도다. 예전에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와 비센테 칼데론에서 비슷한 것을 찍은 적이 있는데, 언젠가 이곳에서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날 역시 날씨가 참 좋아서, 원색이 많이 들어간 경기장이 더 예쁘게 보인다. 5만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데, 6만 4천 석 정도 규모의 이스타디우 다 루스보다는 약간 작다. 그래도 UEFA Category 4에 해당하는 경기장이다.

기자회견장에 앉는 것은 역시 스타디움 투어의 필수 코스다. 스크린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스타디우 다 루스의 기자회견장에 비해 차분한 분위기다. 팀 컬러도 녹색이라 그런가...

VIP 라운지에서 바라본 경기장 풍경. 확실히 훌륭한 시야다.

이제 다시 박물관으로 넘어간다. 여러 종목 팀을 운영하고 있어서 각종 트로피로 가득하다. 그리고 익숙한 이름들이 보인다. 레오나르두 자르딤, 마르쿠 실바의 이름과 함께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인 파울루 벤투의 이름이 있다. 벤투는 이곳에서 선수 커리어의 마지막을 보내고, 유스팀 감독을 거쳐 감독까지 경험했고, 괜찮은 성적을 거둔 뒤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이 아디다스 피버노바 사인볼로 말할 것 같으면, 이스타디우 조제 알발라드의 개장 경기 기념구라고 한다. 바로 그 경기다. 2003년 8월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였고, 이 경기에서 만 17세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알렉스 퍼거슨 경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 것은 꽤나 유명한 이야기다.

여기도 호날두와 피구가 있다. 이 나이키 T90은 피구의 실착.

28번을 달았던 호날두, 그리고 오랜 시간 넘버원으로 뛴 후이 파트리시우(현 울버햄튼)의 대표팀 셔츠. 그리고 루이스 나니의 셔츠도 있다. 포르투갈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 오래 머물기보다 해외로 나가게 되는 경우가 많기에 이렇게 팀 출신 선수, 전성기를 다른 클럽에서 보낸 선수들에 대해서도 전시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었다. 이렇게 투어를 어느 정도 마무리했다.

여담으로, 이날도 투어에 참여한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이곳에서도 투어 담당 직원과 함께 축구 얘기를 하면서 투어를 했었다. 나와 대충 나이가 비슷했던 그 직원은 이 팀 유스 시스템에서 뛰다가 그만뒀다고 했다. 마침 이때는 시즌이 막 끝난 여름 이적시장의 초입이었고, 나는 스포르팅 선수들 중 팀 에이스인 브루노 페르난데스에 대해 많이 얘기했었다. 그 직원은 브루노에 대해 크게 칭찬하면서도 아마 여름에 떠날 것 같다고 체념하듯 말했었고, 당시 유력한 행선지로 거론되던 곳은 맨체스터의 두 클럽들이었다. 결국 다음해 겨울이적시장 마감일이 되어서야 맨유 유니폼을 입고, 곧장 큰 임팩트를 남기기 시작해서 '진작 좀 데려오지'싶은 생각을 하곤 했었다. 알았다면 그때 유니폼이라도 사 둘 걸...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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