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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결정은 정치적이지 않은데, 오히려 무지개 조명을 켜겠다는 요청이 정치적이다." 그러면서 무지개가 자신들의 핵심 가치를 담고 있다니 정말 입 밖으로 나오면 그게 다 말인가 싶다.

6월은 Pride month고, 이번 뮌헨 시의 알리안츠 아레나 외부 조명 계획은 헝가리에서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한 항의성이 있다. 이는 동료 시민의 당연한 권리를 침해하고자 하는 어떤 정부에 대한 마땅한 항의다. 맞다. 정치적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스포츠가 정치와 분리되어야 한다는 말만큼 공허한 것이 없다. 차라리 정파성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표현 정도면 전하고자 하는 바에 다가가게 될텐데, 여전히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별 해괴한 논리로 부정하는 정치세력들이 각국에 버젓이 존재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므로 그것도 100%일 수는 없겠다.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 기능도 다 제거된 채 엔터테인먼트만 제공하면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경기장 안에서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을 수 년간 해 온 것은 도대체 뭔가?

적어도 이 이슈는 그 잘난 '중립'이 작동할 곳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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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축구팀에게 경기를 잘 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들의 축구장이 모두에게 안전하고 환영받는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이랜드는 이번 시즌 초반부터 정정용 감독 중심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팬들의 관심을 많이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경기에 대한 관심 유입을 붙잡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자신들의 컨텐츠가 확장성 있게 더 많은 팬들을 향해 다가갈 수 있게 될까를 고민해야 하는데, 이 구단 프런트에게 그걸 바라는 것이 무리라는 사실은 잘 알겠다.

먼저 이슈 자체가 남초 커뮤니티 특유의 억지 논란 만들기다. 솔직히 이제 좀 지겹기도 하고, 반응하는 기업들이 한심해 보이기까지 한다.

대응을 하지 않거나, 피해가 심하다고 판단될 경우 게시글 당사자에 허위사실유포 등 책임을 묻는 법적대응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을 '성차별적인 문제'로 호명하며 항의에 피드백을 내놓는 인식부터가 틀렸다.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제스처를 무슨 음모론마냥 얘기하는 게 '사회 온갖 부문에 일베 시그널 숨겨놓고 낄낄대던 것과 비슷한 것을 쟤네들도 할 것이다'식인 것 같은데 정말 '뭐 눈에 뭐만 보인다고'다. 이게 2021년의 백래시인가. 아 그리고 BTS 멤버가 한 광고에서 정확히 그 손모양을 하는 데는 차마 시비를 못 건다. 투명한 유리구슬이 따로 없다.

게다가 일러스트 작가가 남성이라서 그럴 리 없다는 저차원적 인식을 드러냈으며 심지어는 홍보 및 마케팅 담당자는 모두 남성으로 이뤄져 있다는 투명한 자기고백에 가까운 말까지 들어간다. 자랑이 아니다. 이러한 입장문이 한 기업의 마케팅부서애서 나온 것은 황당하고 부끄러운 일이어야 한다. 상당 부분이 그러한 남성 일변도의 구성에서 기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잠재적인 채용성차별 가능성도 암시한다. 그러면서도 성차별에 강력히 반대한다니 내가 지금 무슨 글을 읽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또한 6월 호국보훈의 달 이벤트를 기획 중이라는 이와 별 관련없는 것도 덧붙였다. 아마 '우리 남자 챙깁니다'의 의도로 작성된 것 같은데 이 역시 어이없다. 6월에 많은 팀들이 하는 일이고, 군 장병 등의 '실질적인' 여건에 대해 고민하고 개선하기 위해 애쓰는 분들은 대체로 성평등의 가치에도 공감하는 분들이다. 이렇게 억지를 부리진 않는다. 서울이랜드 구단 프런트는 그들의 인식의 범위나 수준이 얕은 것을 또 한 번 드러냈다.

서울이랜드 구단의 이런 행보는 명백하게 성차별주의자들의 편에 서는 것이다. 이는 성차별주의자들이 아닌 다수의 팬들에게 더 가까이 확장하는 데 방해가 되고 그들이 축구장을 안전하고 편안한, 환영받는 공간으로 느끼고 찾는 것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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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셀틱 이야기로 시작하고자 한다.

셀틱 파크에 걸린 살라 아자르마 추모 배너와 팔레스타인 국기(사진: Green Brigade)

주장 스콧 브라운의 마지막 홈 경기를 앞두고 팔레스타인 국기와 함께 지난달 세상을 떠난 그의 팔레스타인 출신 팬 살라 아자르마를 추모하는 깃발이 셀틱 파크 관중석에 걸렸다. 살라 아자르마는 팔레스타인 난민 출신 셀틱의 서포터로 브라운의 초청을 받아 경기장을 방문하기도 했고, 아이다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지역 청년들의 시민단체를 조직해 활동하였고, 아이다 셀틱 FC라는 유소년 축구팀을 설립하는 데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셀틱 구단은 브라운의 마지막 경기에 이 깃발을 거는 것을 '그의 마지막 경기에 대한 것이 아닌 다른 목적'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깃발을 내건 셀틱의 서포터 그룹 '그린 브리게이드'는 "인류애와 연대의 의미로 여러 세대에 걸쳐 휘날린 깃발을 치우고 검열하는 것은 현재 구단의 보드진이 구단의 핵심 가치와는 거리가 먼 결정을 한 것"이라며 구단 측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폭력적이고 끔찍한 탄압에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압제자의 편에 서는 것이며 구단의 창립 이념과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한 구단의 입장을 "진실을 호도하는 멍청한 것"이라고 맹비난하며 "이후 소셜 미디어를 통해 별다른 반응 없이 침묵하는 것은 비겁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셀틱 팬들이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대하는 이유

 

Why Celtic fans back the Palestinian cause | The World Weekly Marc Conaghan 글, 번역
(2016년 8월 25일의 글)
1970년대에 만들어진 아일랜드 가요 '아덴라이의 들판'은 19세기 중반 아일랜드 대기근 당시 땅을 빼앗기고 굶주림에 내몰린 한 가족의 이야기를 노래한다. 남편은 그들에게 땅을 빼앗아간 이로부터 음식을 훔치다 체포되어 오스트레일리아로 추방당하고 아내와 자식들만 남은 그런 가족의 이야기다.
셀틱 서포터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해 정서적 유대감을 갖고 있는데, 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들 조상의 이야기와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이다. 셀틱 팬들이 팔레스타인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그들의 배경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파르트헤이트 반대 운동을 지지한 셀틱 팬들

대기근 시기의 배고픔과 수탈은 백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고, 국토와 정신 모두를 황폐하게 했다. 생존자들은 세계 각지로 흩어져 이주하는데, 이것이 아일랜드 인들의 디아스포라다. 상당수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정착했따. 아일랜드 출신 빈민의 대량 유입은 글래스고 주민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빅토리아 시기의 글래스고 사람들은 관용적이지 않았다. 그들은 아일랜드계 이주민들에게 인종차별을 행했고 그들의 카톨릭 신앙을 열등하게 취급했다. 셀틱 FC는 1887년 카톨릭 수사인 월프리드가 아일랜드 이주민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도울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창립되었다. 그리고 셀틱은 이들의 희망과 자부심을 상징하는 클럽으로 자리잡았다.
하포엘 베르셰바(이스라엘)와의 경기에서 셀틱 팬들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든 것은 소셜미디어와 언론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새로울 것은 없다. 그들은 매주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기 때문이다. 셀틱의 서포터들은 지금까지 계속 뱃지를 착용하고, 쿠피야(팔레스타인 민족주의를 상징하는, 머리에 착용하는 스카프)를 두르고, 깃발을 나부끼며 사람들과 연대함을 표시하고 있었다.
셀틱 팬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아파르트헤이트로 탄압받는 이들, 스페인에서 독립하려던 바스크인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게도 북아일랜드에서 박해받은 민족주의자들과 연대해 왔다. 이들 지역에서의 갈등은 평화적으로 해소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곤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드는 셀틱 팬들은 하마스나 파타 어느 한 쪽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민중과의 연대를 표하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그린 브리게이드(셀틱의 서포터 그룹 중 하나)가 "이민자들이 세운 클럽은 난민들을 환영합니다"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경기장에 내건 것 역시 시리아 내전에서 어느 쪽을 지지하는 의미가 아닌 난민들에 대한 지지를 표한 것이다.

팬들은 굴복하지 않는다

빼앗기고 탄압받은 이들을 향한 연대는 셀틱의 서포터들에게 낯설지 않으며, 그들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른 이들에게도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셀틱 팬들은 오히려 UEFA나 미디어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다. 셀틱 팬들이 딱히 반-이스라엘 성향을 띠고 있지 않으며, 반유대주의는 더더욱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놓치곤 한다. 필자가 알기로는 파시스트나 극우파에 가까운 셀틱 서포터 그룹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셀틱 서포터들은 파시즘과 나치즘에 대한 반대 성향으로 유명해 유럽대항전 원정 응원 도중 극우집단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셀틱 팬들과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인 사람들은 미디어에 몇 없는 것 같다.
(한편 이스라엘 경찰 당국자는 베르셰바 홈에서의 팔레스타인 국기는 긴장 상황을 일으킬 수 있다며 셀틱 서포터들을 비판했다)
셀틱이 챔피언스리그에서 이스라엘의 하포엘 베르셰바를 만나게 되었을 때 팬들 모두는 팔레스타인 국기가 휘날릴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UEFA가 진짜 이유는 외면한 채 클럽에 벌금을 매길 것조차도 다들 아는 사실이었다. 셀틱이 승리해 챔피언스리그에 나가고 다른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팔레스타인 국기는 그곳에 있을 것이고, UEFA가 조금 더 엄격한 처벌로 무관중 경기를 명령한다면 그 이후 경기에선 더 많은 팔레스타인 국기를 볼 수 있게 될 것이었다.
서포터들의 입장이 이러한 가운데 셀틱은 그냥 UEFA의 벌금을 받아들이기만 할 수는 없어 보인다. 서포터들이 구단을 사랑하지만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굽히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셀틱의 서포터들은 UEFA가 매길 벌금에 해당하는 액수를 모금하기로 했고, 모인 금액을 팔레스타인 의료지원 및 난민 아동 지원 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하루 안에 목표액 4만 파운드를 채웠고 이 글의 작성될 때는 이미 세 배를 넘겼다.

깃발 흔들기는 부정적인 행위가 아니다.

UEFA는 "축구장에서 정치적 표현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어이없는 표현이다. 베르셰바의 홈구장은 가자 지구에서 32Km 정도 떨어져 있고, 이스라엘군은 이번 주 그곳을 폭격했다. 축구를 어떻게 사람들이 처한 현실에서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축구와 정치적 의사표현은 사람들이 굴러다니는 물체를 차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 깊이 얽혀 있었다. 역사적으로 축구장은 체포되고 박해받을 위협 없이 모여 정치적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기능했다.
셀틱 서포터들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드는 것은 부정적인 행위가 아니다. 다른 이들을 자극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그저 사람들에게 팔레스타인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그리고 FA컵 우승 셀러브레이션에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나온 레스터 시티의 웨슬리 포파나와 함자 차우더리.
이들뿐만 아니라 리야드 마레즈, 모하메드 살라와 폴 포그바를 비롯해 축구계 곳곳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웨스트햄과 울버햄튼은 아랍어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지지의 메시지를 올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삭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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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역 및 오역 주의)

축구계는 슈퍼리그를 반대했던 것처럼 인종차별에도 그렇게 해야 한다.

 

아침이 밝자 잉글랜드의 '빅6' 클럽들은 마치 추잡한 불륜을 현장에서 들킨 사람마냥 슈퍼리그에서 48시간도 안 되어 발을 빼야 했다.

잉글랜드의 리그와 협회, 정치인, 방송인, 서포터들은 전례없는 단결력을 보여주며 축구를 구하기 위한, 아니, 12개 클럽의 주머니를 채우려는 계획을 저지했다. 상의한 적도 동의한 적도 없는 일에 대해 선수들은 확고한 입장을 취했고 감독들 역시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그들의 구단주들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자 이 모든 일이 뻔뻔한 권력 추구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 준다.  

이틀 전 짜잔, 하고 슈퍼리그가 나타났다. 팬에게 가장 훌륭한 경험을 제공하면서 전체 축구계에 돌아가는 연대기여금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기만적인 주장과 함께. 

지난 이틀은 축구계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몰아내기 위해 강력하게 뭉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슈퍼리그에 맞선 단합은 공격적이었다. 자국 리그 및 유럽대항전에서 축출, 소속 선수들의 국가대표팀 배제, 법적 대응과 "입법 폭탄"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 탐욕스러운 행동을 막고자 한 의지를 보여 준 것이다. 규탄 성명문이나 해시태그, 구호, 드물게 있는 솜방망이 징계가 아니라 "진짜" 행동이었다. 힘을 확인했고, 축구라는 스포츠가 갖는 대의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받아들였다. 다시는 그 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지난 월요일 밤 리즈 유나이티드의 스트라이커 패트릭 뱀포드가 정확히 짚어낸 대로, 이 에너지는 인종차별을 비롯한 축구계의 병폐를 몰아내는 데 그대로 쓰여야 한다. 

"누군가가 재정적 타격을 입는 것에 대해 이렇게 큰 분노가 쏟아지는 것은 놀랍습니다. 인종차별처럼 잘못된 일에도 이같은 반응이 나오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단지 짧은 두 문장일 뿐이었지만 뱀포드의 말은 축구계를 넘어 전 세계에 울림을 준다.


우리는 그동안 뿌리깊은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해결보다는 완화 조치를 취하는 정도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별안간 새로운 공공의 적이 나타났고 강력한 연합 전선이 형성되는 것을 목격했다.  

UEFA, FIFA, 유럽의 주요 리그들, 스카이스포츠와 BT 스포츠를 비롯한 여러 주체들은 슈퍼리그의 등장으로 직접적인 재정적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했다. 슈퍼리그는 분명히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힌 복잡한 문제고 그 각각에 대해 설명하자면 길다. 그들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무시하거나 부인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플로렌티노 페레스가 이 폐쇄적인 리그를 통해 축구계를 구해내겠다고 주장한 것마저도 이익이라는 현실적인 동기에서다. 슈퍼리그에 대해 이렇게 즉각적이고 강력한, 집단적인 반응이 나온 것은 그저 축구의 온전함과 그 정신을 지키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반응이 틀린 것은 아니다. 숨은 동기가 무엇이었는지와는 큰 상관 없이 맞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제 무엇이 유해한 문제인지 알았고 그쪽으로 분노를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사들과 그들의 스타 방송인들은 축구가 팬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강조했는데, 그렇다면 이제는 그들이 매기는 높은 구독료와 이상한 경기 킥오프 시간(아시아 시간을 고려해 정오 킥오프 등)에 대한 분노를 (다른 곳, 예컨대 중계권료가 폭등하도록 한 주체들) 돌려 보는 것이 어떨까? 예컨대 그들이 구단주들의 잘못된 경영 행태에 대해 내놓는 불만에 "그럼 니들이 구단 인수하던가" 식으로 반응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자신들이 팬들을 구하러 등장한 슈퍼히어로 같은 존재라고 믿는 리그와 협회라면 이제 더 공정한 티켓 가격을 보장하고 컵대회 결승전 입장권이 양 팀 서포터들에게 더 많이 돌아가도록 하는 등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주체인 영국 정부는 이번 슈퍼리그 건이 큰 이슈가 되면서 그들의 실정이 가려지고 사람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데 반색하고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축구계의 여러 문제들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부유한 구단주들이 유서깊은 축구를 훼손해 사리사욕을 채우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들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영국 축구경찰대(UK Football Policing Unit)가 축구 관중들을 잠재적인 소요사태 위협이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 심층적으로 검토하는 것과 같은 조치는 환영할 만 하다. 

그리고 우리는 FIFA와 UEFA가 부패했다는 것 역시 잊지 않고 있다. 인권탄압으로 악명이 높고 동성애를 금하고 있으며 이주노동자를 착취하는 카타르에서 FIFA 월드컵이 개최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또한 UEFA가 새로 내놓은, 100경기 이상 늘어난 챔피언스리그 확장 개편안 역시 끔찍하다. 진출에 실패한 팀 중 유럽 클럽랭킹 기준 상위 두 팀을 구제하는 안은 폐기되어야 한다. 

이외에도 축구와 도박 산업과의 건전하지 못한 관계를 비롯해 바로잡아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다.


무엇보다 지난 이틀 동안 축구계는 인종차별에 대해 진짜로 강경하게 나갈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심지어 선수들이 슈퍼리그에 찬성하지 않았어도 그들이 슈퍼리그 참여 구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대표팀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을 정도다. 

UEFA는 슬라비아 프라하의 온드레이 쿠델라가 레인저스의 글렌 카마라에게 인종차별 행위를 한 데 대해 10경기 출장정지 징계 처분을 내렸다. 그들이 매길 수 있는 최소한이었다. 쿠델라에게 '원숭이'라는 모욕을 들은 카마라는 격분해 쿠델라에게 보복했고, 그도 3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쿠델라에게 내려진 징계 수위가 약했다는 반발과 함께 카마라에게도 징계가 주어진 데 대해서는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UEFA 이사회 구성원 중 하나인 알렉세이 소로킨은 이것이 논란이 되는 것이 "시간 낭비"라고 말했다.

시간 낭비?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솜방망이 징계를 비판하는 것이 시간 낭비라고 할 수 있을까? 피해자에게도 내려진 징계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어떻게 시간 낭비인가? 책임있는 이들에게 어떤 것이 우선순위인지 따져 묻는 것이 왜 사소한 것으로 호명되어야 하는가?

인종차별에 대한 솜방망이 처분은 이제 용인될 수 없다. 허울뿐인 캠페인보다도 "입법 폭탄", 추방, 유의미한 출장정지와 벌금이 필요하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하는 것처럼 그들의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차별 행위에 대해 비난하는 반응을 내놓아야 한다. (옮기면서: 페이스북이나 네이버, 카카오 등을 보면 적극적으로 차별에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트위터는 그나마 좀 적극적인 편인 것으로 보이고...)

금전적 문제가 걸린 저작권 침해는 범죄로 다뤄진다. 하지만 인격모독과 저주는 온라인에서 여전히 횡행한다. 우리는 '금전적인 문제가 아닌(것처럼 다뤄지는)' 인종차별이나 경기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죽음, 성소수자 혐오나 성차별을 비롯한 문제들에도 같은 잣대와 대응을 요구한다. 축구가 창출하는 부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당신들이 축구와 그를 향유하는 사람들에 진짜로 신경쓰고 있음을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축구계가 얼마나 빠르고 단호하게 해악을 공격해 몰아낼 수 있는지를 이번에 확인했다. 

우리는 이제 (이미 부유한 자들의 주머니를 더욱 채우기 위해 설계된 것들보다도 훨씬 심각한) 다른 모든 해악들에 대해서도 같은 대응을 기대하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 

원문: Football must show racism the same opposition as the Super League | The Indepen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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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그 창설 및 참가를 발표한 클럽들은 성명서를 통해 자신들을 스스로 "Leading" 클럽들로 호명했고, 이 행보는 시장을 선도하는 클럽으로서의 책임감보다는 그들의 계급을 공고히 하고 싶어 하는 욕망과 오만함을 훨씬 더 크게 부각시킨다.

그들이 거대한 클럽으로 발돋움한 데는 물론 자본이 가장 큰 역할을 했지만 그 자본을 모을 수 있었던 이유 역시 그들이 속한 시장과 시스템 때문이라고 하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 시스템 속에서 그들이 제공하는 축구로 가꿔 온 전세계적인 규모의 시장과 생태계는 지금까지 결코 이상적으로 작동했다고 할 순 없겠으나 분명히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직간접적인 혜택이 돌아가게 만들고 있다. 지금의 빅리그들은 여러 클럽들이 가치를 올려 거액의 중계권료 계약을 맺고 스폰서를 유치할 뿐 아니라 전체 시장을 움직이고 끊임없이 새로운 선수와 구성원, 팬이 유입 및 충원되도록 하면서 지속되어 온 것이다. 이번 슈퍼리그 창설에 가담한 클럽들은 자신들이 속한 리그, 나아가 전세계 축구계를 움직이는 중요한 동력원이자 그 정점에서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는 이들이기도 하다.

물론 이것도 산업이고 시장이니 돈이 중요치 않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재정 상황의 악화나 FIFA와 UEFA의 무리한 대회 확장 시도 등은 이를 부채질한 요인 중 하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자신들끼리 폐쇄적인 리그를 만들어 독점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것은 축구계 전체에서 그들이 누리고 있는 명성이나 지위가 어떤 배경 위에 존재하는지를 완전히 망각하고 축구라는 전세계적 인기 스포츠의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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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asianhate를 BLM과 구별하고, 반대에 놓으려는 사고방식에서 이런 것이 생산된다. 유해하다. 납작한 이해 또는 왜곡이다.

포그바가 유명 축구선수로서 자신의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사용해 최근 코로나19 유행 이후 부쩍 증가세에 있는 아시아인 대상 인종차별 및 관련 범죄를 멈추자는 해시태그 운동에 참여한 것은 물론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 기사 제목과 같은 맥락에서 그를 칭찬하는 반응들을 보는 것은 솔직히 좀 역겹다.

이 이슈를 다룬 기사들 중 상당수에 내용에 해당 게시물 속 해시태그의 맥락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기도 하고, 이 기사의 제목은 특히 실망스럽다.

BLM은 흑인'만' 소중하다고 한 적이 없다. 차별을 반대하는 다른 운동들 역시 그렇다. '~~가 ~만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 범위와 영향을 제한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우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갈라치기의 언어다.

아마 이런 의도를 다 생각하고 단 제목은 아닐 수도 있고, 글을 쓴 기자가 직접 달았는지도 알기 어렵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내놓아진 기사는 결과적으로 그런 영향을 주게 된다.

더 좋은 표현, 유해하지 않은 표현에 대한 고민을 쉽게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스포츠)매체들에서 특히 부족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고민은커녕 커뮤니티 밈에 절어 조회수 땡길 생각만 하는 것이라고 봐도 큰 무리는 아니다.

유튜버 '소련여자'의 악플 대응이 화제가 된 것을 접하고 나니 더 대조되는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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