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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축구팀에게 경기를 잘 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들의 축구장이 모두에게 안전하고 환영받는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이랜드는 이번 시즌 초반부터 정정용 감독 중심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팬들의 관심을 많이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경기에 대한 관심 유입을 붙잡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자신들의 컨텐츠가 확장성 있게 더 많은 팬들을 향해 다가갈 수 있게 될까를 고민해야 하는데, 이 구단 프런트에게 그걸 바라는 것이 무리라는 사실은 잘 알겠다.

먼저 이슈 자체가 남초 커뮤니티 특유의 억지 논란 만들기다. 솔직히 이제 좀 지겹기도 하고, 반응하는 기업들이 한심해 보이기까지 한다.

대응을 하지 않거나, 피해가 심하다고 판단될 경우 게시글 당사자에 허위사실유포 등 책임을 묻는 법적대응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을 '성차별적인 문제'로 호명하며 항의에 피드백을 내놓는 인식부터가 틀렸다.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제스처를 무슨 음모론마냥 얘기하는 게 '사회 온갖 부문에 일베 시그널 숨겨놓고 낄낄대던 것과 비슷한 것을 쟤네들도 할 것이다'식인 것 같은데 정말 '뭐 눈에 뭐만 보인다고'다. 이게 2021년의 백래시인가. 아 그리고 BTS 멤버가 한 광고에서 정확히 그 손모양을 하는 데는 차마 시비를 못 건다. 투명한 유리구슬이 따로 없다.

게다가 일러스트 작가가 남성이라서 그럴 리 없다는 저차원적 인식을 드러냈으며 심지어는 홍보 및 마케팅 담당자는 모두 남성으로 이뤄져 있다는 투명한 자기고백에 가까운 말까지 들어간다. 자랑이 아니다. 이러한 입장문이 한 기업의 마케팅부서애서 나온 것은 황당하고 부끄러운 일이어야 한다. 상당 부분이 그러한 남성 일변도의 구성에서 기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잠재적인 채용성차별 가능성도 암시한다. 그러면서도 성차별에 강력히 반대한다니 내가 지금 무슨 글을 읽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또한 6월 호국보훈의 달 이벤트를 기획 중이라는 이와 별 관련없는 것도 덧붙였다. 아마 '우리 남자 챙깁니다'의 의도로 작성된 것 같은데 이 역시 어이없다. 6월에 많은 팀들이 하는 일이고, 군 장병 등의 '실질적인' 여건에 대해 고민하고 개선하기 위해 애쓰는 분들은 대체로 성평등의 가치에도 공감하는 분들이다. 이렇게 억지를 부리진 않는다. 서울이랜드 구단 프런트는 그들의 인식의 범위나 수준이 얕은 것을 또 한 번 드러냈다.

서울이랜드 구단의 이런 행보는 명백하게 성차별주의자들의 편에 서는 것이다. 이는 성차별주의자들이 아닌 다수의 팬들에게 더 가까이 확장하는 데 방해가 되고 그들이 축구장을 안전하고 편안한, 환영받는 공간으로 느끼고 찾는 것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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