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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셀틱 이야기로 시작하고자 한다.

셀틱 파크에 걸린 살라 아자르마 추모 배너와 팔레스타인 국기(사진: Green Brigade)

주장 스콧 브라운의 마지막 홈 경기를 앞두고 팔레스타인 국기와 함께 지난달 세상을 떠난 그의 팔레스타인 출신 팬 살라 아자르마를 추모하는 깃발이 셀틱 파크 관중석에 걸렸다. 살라 아자르마는 팔레스타인 난민 출신 셀틱의 서포터로 브라운의 초청을 받아 경기장을 방문하기도 했고, 아이다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지역 청년들의 시민단체를 조직해 활동하였고, 아이다 셀틱 FC라는 유소년 축구팀을 설립하는 데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셀틱 구단은 브라운의 마지막 경기에 이 깃발을 거는 것을 '그의 마지막 경기에 대한 것이 아닌 다른 목적'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깃발을 내건 셀틱의 서포터 그룹 '그린 브리게이드'는 "인류애와 연대의 의미로 여러 세대에 걸쳐 휘날린 깃발을 치우고 검열하는 것은 현재 구단의 보드진이 구단의 핵심 가치와는 거리가 먼 결정을 한 것"이라며 구단 측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폭력적이고 끔찍한 탄압에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압제자의 편에 서는 것이며 구단의 창립 이념과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한 구단의 입장을 "진실을 호도하는 멍청한 것"이라고 맹비난하며 "이후 소셜 미디어를 통해 별다른 반응 없이 침묵하는 것은 비겁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셀틱 팬들이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대하는 이유

 

Why Celtic fans back the Palestinian cause | The World Weekly Marc Conaghan 글, 번역
(2016년 8월 25일의 글)
1970년대에 만들어진 아일랜드 가요 '아덴라이의 들판'은 19세기 중반 아일랜드 대기근 당시 땅을 빼앗기고 굶주림에 내몰린 한 가족의 이야기를 노래한다. 남편은 그들에게 땅을 빼앗아간 이로부터 음식을 훔치다 체포되어 오스트레일리아로 추방당하고 아내와 자식들만 남은 그런 가족의 이야기다.
셀틱 서포터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해 정서적 유대감을 갖고 있는데, 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들 조상의 이야기와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이다. 셀틱 팬들이 팔레스타인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그들의 배경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파르트헤이트 반대 운동을 지지한 셀틱 팬들

대기근 시기의 배고픔과 수탈은 백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고, 국토와 정신 모두를 황폐하게 했다. 생존자들은 세계 각지로 흩어져 이주하는데, 이것이 아일랜드 인들의 디아스포라다. 상당수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정착했따. 아일랜드 출신 빈민의 대량 유입은 글래스고 주민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빅토리아 시기의 글래스고 사람들은 관용적이지 않았다. 그들은 아일랜드계 이주민들에게 인종차별을 행했고 그들의 카톨릭 신앙을 열등하게 취급했다. 셀틱 FC는 1887년 카톨릭 수사인 월프리드가 아일랜드 이주민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도울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창립되었다. 그리고 셀틱은 이들의 희망과 자부심을 상징하는 클럽으로 자리잡았다.
하포엘 베르셰바(이스라엘)와의 경기에서 셀틱 팬들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든 것은 소셜미디어와 언론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새로울 것은 없다. 그들은 매주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기 때문이다. 셀틱의 서포터들은 지금까지 계속 뱃지를 착용하고, 쿠피야(팔레스타인 민족주의를 상징하는, 머리에 착용하는 스카프)를 두르고, 깃발을 나부끼며 사람들과 연대함을 표시하고 있었다.
셀틱 팬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아파르트헤이트로 탄압받는 이들, 스페인에서 독립하려던 바스크인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게도 북아일랜드에서 박해받은 민족주의자들과 연대해 왔다. 이들 지역에서의 갈등은 평화적으로 해소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곤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드는 셀틱 팬들은 하마스나 파타 어느 한 쪽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민중과의 연대를 표하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그린 브리게이드(셀틱의 서포터 그룹 중 하나)가 "이민자들이 세운 클럽은 난민들을 환영합니다"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경기장에 내건 것 역시 시리아 내전에서 어느 쪽을 지지하는 의미가 아닌 난민들에 대한 지지를 표한 것이다.

팬들은 굴복하지 않는다

빼앗기고 탄압받은 이들을 향한 연대는 셀틱의 서포터들에게 낯설지 않으며, 그들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른 이들에게도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셀틱 팬들은 오히려 UEFA나 미디어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다. 셀틱 팬들이 딱히 반-이스라엘 성향을 띠고 있지 않으며, 반유대주의는 더더욱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놓치곤 한다. 필자가 알기로는 파시스트나 극우파에 가까운 셀틱 서포터 그룹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셀틱 서포터들은 파시즘과 나치즘에 대한 반대 성향으로 유명해 유럽대항전 원정 응원 도중 극우집단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셀틱 팬들과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인 사람들은 미디어에 몇 없는 것 같다.
(한편 이스라엘 경찰 당국자는 베르셰바 홈에서의 팔레스타인 국기는 긴장 상황을 일으킬 수 있다며 셀틱 서포터들을 비판했다)
셀틱이 챔피언스리그에서 이스라엘의 하포엘 베르셰바를 만나게 되었을 때 팬들 모두는 팔레스타인 국기가 휘날릴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UEFA가 진짜 이유는 외면한 채 클럽에 벌금을 매길 것조차도 다들 아는 사실이었다. 셀틱이 승리해 챔피언스리그에 나가고 다른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팔레스타인 국기는 그곳에 있을 것이고, UEFA가 조금 더 엄격한 처벌로 무관중 경기를 명령한다면 그 이후 경기에선 더 많은 팔레스타인 국기를 볼 수 있게 될 것이었다.
서포터들의 입장이 이러한 가운데 셀틱은 그냥 UEFA의 벌금을 받아들이기만 할 수는 없어 보인다. 서포터들이 구단을 사랑하지만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굽히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셀틱의 서포터들은 UEFA가 매길 벌금에 해당하는 액수를 모금하기로 했고, 모인 금액을 팔레스타인 의료지원 및 난민 아동 지원 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하루 안에 목표액 4만 파운드를 채웠고 이 글의 작성될 때는 이미 세 배를 넘겼다.

깃발 흔들기는 부정적인 행위가 아니다.

UEFA는 "축구장에서 정치적 표현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어이없는 표현이다. 베르셰바의 홈구장은 가자 지구에서 32Km 정도 떨어져 있고, 이스라엘군은 이번 주 그곳을 폭격했다. 축구를 어떻게 사람들이 처한 현실에서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축구와 정치적 의사표현은 사람들이 굴러다니는 물체를 차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 깊이 얽혀 있었다. 역사적으로 축구장은 체포되고 박해받을 위협 없이 모여 정치적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기능했다.
셀틱 서포터들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드는 것은 부정적인 행위가 아니다. 다른 이들을 자극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그저 사람들에게 팔레스타인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그리고 FA컵 우승 셀러브레이션에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나온 레스터 시티의 웨슬리 포파나와 함자 차우더리.
이들뿐만 아니라 리야드 마레즈, 모하메드 살라와 폴 포그바를 비롯해 축구계 곳곳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웨스트햄과 울버햄튼은 아랍어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지지의 메시지를 올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삭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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