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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풍경과 함께 여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먹는 일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열심히 검색하고 발품을 팔아 맛있는 것을 찾아다녔다. 주로 구글 지도의 별점을 바탕으로, 영문 자료 위주로 검색했다.
여행 초반이라 체력이 남아돌아 언덕 가득한 리스본을 하루에 25km씩 걸은 만큼, 맛있는 것을 많이 찾아다녔다. 나름 화려한 혼밥의 기록이다.


포르투갈 리스본
촬영: 2019.5.24~27


자정이 다 되어 리스본에 도착해서 다음날 아침, 무슨 생각이었는지 시내부터 천천히 페이스를 올리지 않고 기차부터 올라탔다. 신트라와 호카 곶을 여행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오전에 신트라에서 페냐 성과 무어 인의 성 두 군데를 방문한 후 호카 곶을 향하는 버스를 타기 전에, 신트라 역 뒷골목의 식당을 찾았다.

Bacalhau a bras를 선택했다. 양파와 튀긴 감자, 바깔라우(염장 대구)를 잘게 썰어 볶아낸 것에 달걀이 들어간다. 양파와 감자볶음에 짭조름한 대구 맛과 달걀의 부드러움이 살짝 더해진다. 화려하진 않아도 무난하게 맛있다.


유서 깊은 카페라고 한다. 에스프레소를 시켰다.
나름 커피 매니아에 가까운 편이라 여행 중에는 한국에서 쉽게 찾지 못하는 에스프레소를 마음껏 즐길 생각이었는데, 시작이 썩 좋은 기억은 아니었던 것 같다.
커피 취향 탓인지, 관리가 잘 되지 않아서인지 그다지 기분 좋지 않은 쓴맛만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이 많았던 가게였는데 기대 이하였다.
내 모카포트로 뽑은 커피나 네X프레소만도 못한 느낌.
물론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Pastel de nata. 이곳은 큰 설명이 필요 없는 곳이다. 문 여는 시간에 맞춰서 갔다. 하나당 1.1유로. 취향에 따라 슈가 파우더를 뿌릴 수도 있고, 안 뿌릴 수도 있다. 커피가 들어가지 않으면 덜 깬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카페인 의존 증상이 있는 나는 역시 에스프레소를 곁들였다. 커스터드 크림의 부드럽고 달콤한 맛과 에스프레소는 최고의 조합이다.


메트로 Verde선의 종점인 Cais do Sodre역을 나오면, 히베이라(Ribeira) 시장에 위치한 타임아웃 마켓을 찾을 수 있다. 여행 잡지인 타임아웃은 이 여행을 준비하는 데도 꽤 도움을 준 컨텐츠 중 하나인데, 그 잡지사에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이렇게 참여하게 된 것이다. 마켓 안의 여러 음식점에서 주문한 음식을 받아 와서 중앙의 테이블에 앉아 먹으면 된다. 시내의 여러 유명한 레스토랑들을 모아 놓은 것 같다. 가격대가 약간 있지만, 높은 확률로 맛있는 것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인정.

연어 타다키. 겉면만 살짝 불로 익혀 훈제연어 비슷한 향이 나고, 나머지는 연어회다. 일본풍의 간장소스에 쪽파가 올라가 있다.

Super Bock 생맥주. Sagres와 함께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맥주라고 한다. FC 포르투, 스포르팅의 셔츠 등에서 본 적 있는 이름이다.

포르투갈에 왔으니 문어를 먹긴 해야겠는데, 어떻게 먹을까 하다가 문어를 올린 오픈 핫도그를 골랐다. 채소가 조금이라도 들어 있는 것을 골라 보려고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레 결론은 이쪽으로... 구운 문어에 곁들여진 소스가 알리올리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평소 마요네즈를 즐기지 않는 나에게도 꽤 맛있게 느껴졌다.

문어를 살짝 잘라내고 찍은 확대샷. 이쪽 동네 문어는 우리나라에서 맛볼 수 있는 것과 달리 베어물면 탱글한, 쫄깃한 저항감 없이 그냥 부드럽게 무너진다. 가격이 만만한 편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보람은 있는 맛이다.

Manteigaria의 pastel de nata. 이곳 역시 유명한 집이다. 타임아웃 마켓에 분점이 있다. 벨렝의 그것보다는 조금 더 단 것 같은 느낌이다. 기분 좋게 디저트로 하나를 먹었다.


아침에 상 조르제 성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알고 보니 나따로 상도 받은 유명한 집이었다. Manteigaria보단 약간 덜 달고 Belem보단 좀 더 달았다. 내부도 깔끔하고 공간도 널찍하다.


뭐 이런 데 식당이 있나 싶었는데...

새삼 인터넷이란 것의 힘을 느꼈던 골목길 안의 레스토랑. 벽에 가득한 낙서에 한국말이 꽤 있었다. 사실 이 글 쓰면서 이 집이 '짠내투어'에 소개된 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Tu e eu의 2호점은 리스본 대성당 주변 골목 저 깊은 곳에 있다. 지도에 찍고 골목 계단을 요리조리 지나 찾아가면서도 참 어떻게 이런 데 식당이 다 있지 생각했었다. 2호점은 호스텔과 함께 있다. 이곳에서 주문한 메뉴는 문어 샐러드. 부드러운 문어와 양파, 토마토, 피망 정도가 들어 있는 것 같다. (오이 헤이터로서 매우 감사한 일이다) 시원하고 새콤한 맛이 여름과 아주 잘 어울렸다. 리스본에서의 식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Tu e eu는 '너랑 나'라는 뜻의 포르투갈어다.


리스본을 떠나기 전 마지막 식사였다. 점심을 여기서 먹고, 바로 앞 산타 아폴로니아 역에서 지하철로 오리엔트 역까지 이동한 뒤 거기서 기차를 타고 포르투로 이동하는 일정이었다. 트렁크 끌고 들어갔는데 식사할 동안 친절하게 잘 보관해 줬다.
아무래도 칼로리가 가득해 보이고 풀이라곤 보이지 않는 메뉴긴 했다.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소박한 식당이다. 그릴에 직화로 구워 불 향이 배고 기름이 잘 빠진 돼지고기가 훌륭했다. 생각해 보니 리스본에서 유명하다는 정어리 구이를 먹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이 집은 생선구이도 잘 한다는 리뷰가 많았다.


아무래도 거의 모든 끼니가 혼밥이다 보니 다양한 메뉴를 맛보기에 좋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첫 도시에서 쌩쌩한 에너지로 발품을 판 만큼, 충분히 로컬한 곳에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언제 또 여행을 갈 수 있으려나...

다른 도시에서의 먹부림 사진들 역시 풀어 볼 생각이다. 음식이 특히 기억에 남는 몇몇 도시들이 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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