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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역 및 오역 주의)

축구계는 슈퍼리그를 반대했던 것처럼 인종차별에도 그렇게 해야 한다.

 

아침이 밝자 잉글랜드의 '빅6' 클럽들은 마치 추잡한 불륜을 현장에서 들킨 사람마냥 슈퍼리그에서 48시간도 안 되어 발을 빼야 했다.

잉글랜드의 리그와 협회, 정치인, 방송인, 서포터들은 전례없는 단결력을 보여주며 축구를 구하기 위한, 아니, 12개 클럽의 주머니를 채우려는 계획을 저지했다. 상의한 적도 동의한 적도 없는 일에 대해 선수들은 확고한 입장을 취했고 감독들 역시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그들의 구단주들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자 이 모든 일이 뻔뻔한 권력 추구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 준다.  

이틀 전 짜잔, 하고 슈퍼리그가 나타났다. 팬에게 가장 훌륭한 경험을 제공하면서 전체 축구계에 돌아가는 연대기여금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기만적인 주장과 함께. 

지난 이틀은 축구계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몰아내기 위해 강력하게 뭉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슈퍼리그에 맞선 단합은 공격적이었다. 자국 리그 및 유럽대항전에서 축출, 소속 선수들의 국가대표팀 배제, 법적 대응과 "입법 폭탄"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 탐욕스러운 행동을 막고자 한 의지를 보여 준 것이다. 규탄 성명문이나 해시태그, 구호, 드물게 있는 솜방망이 징계가 아니라 "진짜" 행동이었다. 힘을 확인했고, 축구라는 스포츠가 갖는 대의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받아들였다. 다시는 그 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지난 월요일 밤 리즈 유나이티드의 스트라이커 패트릭 뱀포드가 정확히 짚어낸 대로, 이 에너지는 인종차별을 비롯한 축구계의 병폐를 몰아내는 데 그대로 쓰여야 한다. 

"누군가가 재정적 타격을 입는 것에 대해 이렇게 큰 분노가 쏟아지는 것은 놀랍습니다. 인종차별처럼 잘못된 일에도 이같은 반응이 나오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단지 짧은 두 문장일 뿐이었지만 뱀포드의 말은 축구계를 넘어 전 세계에 울림을 준다.


우리는 그동안 뿌리깊은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해결보다는 완화 조치를 취하는 정도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별안간 새로운 공공의 적이 나타났고 강력한 연합 전선이 형성되는 것을 목격했다.  

UEFA, FIFA, 유럽의 주요 리그들, 스카이스포츠와 BT 스포츠를 비롯한 여러 주체들은 슈퍼리그의 등장으로 직접적인 재정적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했다. 슈퍼리그는 분명히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힌 복잡한 문제고 그 각각에 대해 설명하자면 길다. 그들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무시하거나 부인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플로렌티노 페레스가 이 폐쇄적인 리그를 통해 축구계를 구해내겠다고 주장한 것마저도 이익이라는 현실적인 동기에서다. 슈퍼리그에 대해 이렇게 즉각적이고 강력한, 집단적인 반응이 나온 것은 그저 축구의 온전함과 그 정신을 지키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반응이 틀린 것은 아니다. 숨은 동기가 무엇이었는지와는 큰 상관 없이 맞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제 무엇이 유해한 문제인지 알았고 그쪽으로 분노를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사들과 그들의 스타 방송인들은 축구가 팬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강조했는데, 그렇다면 이제는 그들이 매기는 높은 구독료와 이상한 경기 킥오프 시간(아시아 시간을 고려해 정오 킥오프 등)에 대한 분노를 (다른 곳, 예컨대 중계권료가 폭등하도록 한 주체들) 돌려 보는 것이 어떨까? 예컨대 그들이 구단주들의 잘못된 경영 행태에 대해 내놓는 불만에 "그럼 니들이 구단 인수하던가" 식으로 반응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자신들이 팬들을 구하러 등장한 슈퍼히어로 같은 존재라고 믿는 리그와 협회라면 이제 더 공정한 티켓 가격을 보장하고 컵대회 결승전 입장권이 양 팀 서포터들에게 더 많이 돌아가도록 하는 등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주체인 영국 정부는 이번 슈퍼리그 건이 큰 이슈가 되면서 그들의 실정이 가려지고 사람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데 반색하고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축구계의 여러 문제들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부유한 구단주들이 유서깊은 축구를 훼손해 사리사욕을 채우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들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영국 축구경찰대(UK Football Policing Unit)가 축구 관중들을 잠재적인 소요사태 위협이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 심층적으로 검토하는 것과 같은 조치는 환영할 만 하다. 

그리고 우리는 FIFA와 UEFA가 부패했다는 것 역시 잊지 않고 있다. 인권탄압으로 악명이 높고 동성애를 금하고 있으며 이주노동자를 착취하는 카타르에서 FIFA 월드컵이 개최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또한 UEFA가 새로 내놓은, 100경기 이상 늘어난 챔피언스리그 확장 개편안 역시 끔찍하다. 진출에 실패한 팀 중 유럽 클럽랭킹 기준 상위 두 팀을 구제하는 안은 폐기되어야 한다. 

이외에도 축구와 도박 산업과의 건전하지 못한 관계를 비롯해 바로잡아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다.


무엇보다 지난 이틀 동안 축구계는 인종차별에 대해 진짜로 강경하게 나갈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심지어 선수들이 슈퍼리그에 찬성하지 않았어도 그들이 슈퍼리그 참여 구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대표팀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을 정도다. 

UEFA는 슬라비아 프라하의 온드레이 쿠델라가 레인저스의 글렌 카마라에게 인종차별 행위를 한 데 대해 10경기 출장정지 징계 처분을 내렸다. 그들이 매길 수 있는 최소한이었다. 쿠델라에게 '원숭이'라는 모욕을 들은 카마라는 격분해 쿠델라에게 보복했고, 그도 3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쿠델라에게 내려진 징계 수위가 약했다는 반발과 함께 카마라에게도 징계가 주어진 데 대해서는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UEFA 이사회 구성원 중 하나인 알렉세이 소로킨은 이것이 논란이 되는 것이 "시간 낭비"라고 말했다.

시간 낭비?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솜방망이 징계를 비판하는 것이 시간 낭비라고 할 수 있을까? 피해자에게도 내려진 징계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어떻게 시간 낭비인가? 책임있는 이들에게 어떤 것이 우선순위인지 따져 묻는 것이 왜 사소한 것으로 호명되어야 하는가?

인종차별에 대한 솜방망이 처분은 이제 용인될 수 없다. 허울뿐인 캠페인보다도 "입법 폭탄", 추방, 유의미한 출장정지와 벌금이 필요하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하는 것처럼 그들의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차별 행위에 대해 비난하는 반응을 내놓아야 한다. (옮기면서: 페이스북이나 네이버, 카카오 등을 보면 적극적으로 차별에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트위터는 그나마 좀 적극적인 편인 것으로 보이고...)

금전적 문제가 걸린 저작권 침해는 범죄로 다뤄진다. 하지만 인격모독과 저주는 온라인에서 여전히 횡행한다. 우리는 '금전적인 문제가 아닌(것처럼 다뤄지는)' 인종차별이나 경기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죽음, 성소수자 혐오나 성차별을 비롯한 문제들에도 같은 잣대와 대응을 요구한다. 축구가 창출하는 부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당신들이 축구와 그를 향유하는 사람들에 진짜로 신경쓰고 있음을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축구계가 얼마나 빠르고 단호하게 해악을 공격해 몰아낼 수 있는지를 이번에 확인했다. 

우리는 이제 (이미 부유한 자들의 주머니를 더욱 채우기 위해 설계된 것들보다도 훨씬 심각한) 다른 모든 해악들에 대해서도 같은 대응을 기대하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 

원문: Football must show racism the same opposition as the Super League | The Indepen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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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그 창설 및 참가를 발표한 클럽들은 성명서를 통해 자신들을 스스로 "Leading" 클럽들로 호명했고, 이 행보는 시장을 선도하는 클럽으로서의 책임감보다는 그들의 계급을 공고히 하고 싶어 하는 욕망과 오만함을 훨씬 더 크게 부각시킨다.

그들이 거대한 클럽으로 발돋움한 데는 물론 자본이 가장 큰 역할을 했지만 그 자본을 모을 수 있었던 이유 역시 그들이 속한 시장과 시스템 때문이라고 하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 시스템 속에서 그들이 제공하는 축구로 가꿔 온 전세계적인 규모의 시장과 생태계는 지금까지 결코 이상적으로 작동했다고 할 순 없겠으나 분명히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직간접적인 혜택이 돌아가게 만들고 있다. 지금의 빅리그들은 여러 클럽들이 가치를 올려 거액의 중계권료 계약을 맺고 스폰서를 유치할 뿐 아니라 전체 시장을 움직이고 끊임없이 새로운 선수와 구성원, 팬이 유입 및 충원되도록 하면서 지속되어 온 것이다. 이번 슈퍼리그 창설에 가담한 클럽들은 자신들이 속한 리그, 나아가 전세계 축구계를 움직이는 중요한 동력원이자 그 정점에서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는 이들이기도 하다.

물론 이것도 산업이고 시장이니 돈이 중요치 않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재정 상황의 악화나 FIFA와 UEFA의 무리한 대회 확장 시도 등은 이를 부채질한 요인 중 하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자신들끼리 폐쇄적인 리그를 만들어 독점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것은 축구계 전체에서 그들이 누리고 있는 명성이나 지위가 어떤 배경 위에 존재하는지를 완전히 망각하고 축구라는 전세계적 인기 스포츠의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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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오는 도시, 짧은 일정을 고려해 그동안 방문해본 적 없는 곳을 찾았다. 물론 구석구석 들어가면 그런 곳이 많겠지만, 일단 이곳이 먼저 떠올랐다. 데보드 신전이다. 일몰과 야경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5월 마지막 날의 마드리드에서 해가 지기를 기다리려면 거의 저녁 10시가 넘어야 하기 때문에... 이날 새벽에 야간버스로 도착해서 약간의 컨디션 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약간 늦은 오후 시간에 이곳을 찾았다. 

마드리드 한복판에서 만날 수 있는 이집트. 상당히 뜬금없다는 생각도 드는데, 이집트 정부에서 유적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준스페인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기증해 마드리드에 설치한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이집트 상형문자를 볼 수 있다. 

옛 모습이 어땠을지 알려주는 박물관 전시

원래 이 마드리드 여행을 위해 준비한 셔츠는 비센테 칼데론에서 마지막 시즌을 보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셔츠(토레스 #9) 말고도 바르셀로나의 2015년 트레블 셔츠가 더 있었다. 그렇지만 바르셀로나가 탈락하면서 그 셔츠를 트렁크에 챙기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었다.

약간의 여담. 이분은 그래도 사진 찍어달라는 대로 잘 찍어주신 편이다. 그냥 사진을 아무에게나 맡겼다가 내 키가 (반올림하면 180인데...) 거의 160에 가깝게 줄어 버리는 일도 발생하곤 하는데, 이 정도면 선방. 보통 한국 분들이 자세 바꿔 가면서 잘 찍어주시는 경우가 많다. 딱 보면 안다. 처음이 아닌 곳이거나 일정을 여유롭게 잡으면 나름대로 한국 사람들이나 관광객이 많지 않은 Hidden Gem을 찾아다니곤 하는데, 사진찍을 때만은 예외인 것 같다.


비센테 칼데론 경기장이 철거되기 전 투어를 갔었고, 이곳 역시 언젠간 한 번쯤 스타디움 투어를 해 보고 싶은 곳인데, 이날은 당연히 시즌의 가장 중요한 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티켓 없이는 접근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아쉬운 대로 한 바퀴 돌고 오려고 갔는데, 정말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마드리드 지하철 7호선 에스타디오 메트로폴리타노 역을 나오면, 주변에 거의 아무것도 없고 경기장만 덩그러니 있다. (6호선 메트로폴리타노역과 다르다. 그곳에 비센테 칼데론 이전 홈 경기장이 있었다고 한다. 2017년 스누인 때 기숙사가 그곳이었는데, 알고 보니 그런 연관성이 있다. 새 구장은 그 이름을 땄다고 한다). 이 경기장은 올림픽 개최를 대비해 지어진 경기장으로 유치에 실패하면서 활용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구단에서 증축해 입주했다고 한다. 

녹지조차 아직 심어서 키우는 단계. 얼마나 새 경기장인지 알 수 있다. 


다시 마드리드 시내 중심가. Sol의 엘 꼬르떼 잉글레스 백화점 앞에 이렇게 굿즈를 파는 슈퍼스토어가 임시로 들어섰다. 사람이 너무 많아 들어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두 잉글랜드 팀이 붙는 경기다 보니 이곳은 런던의 멀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게 할 정도였다. 양 팀 팬들은 각각의 팬존이 마련된 광장(토트넘은 콜론 광장, 리버풀은 펠리페 2세 광장)에 모여 응원전을 벌였다. 

콜론 광장의 토트넘 팬들. 포르투에서 넘어올 때 만났던 캐나다 형들을 여기서 다시 만났다. 

손흥민 선수 셔츠도 꽤 많이 보인다. 이렇게 맞춰 입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엄청난 텐션의 리버풀 팬 분들. 경기를 한 5-6시간 앞두고 지하철에서도 리버풀 응원가를 원 없이 들을 수 있었다. 괜히 배가 아프다. 

솔 광장 근처 골목. 현지 방송사 리포팅이 한창이다.


경기 킥오프 시간에 맞춰 숙소에서 저녁을 먹고 거실에 자리를 잡았다. 광장에 스크린으로 경기를 방송하는 것이 없고, 일부 가게들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해서, 호스텔에 알아보니 거실에 프로젝터 켜고 보여줄 것이라고 해서 여기서 다른 팬분들과 보기로 했다. 거의 다 리버풀 팬이었고 (맨유 팬인) 나는 손흥민 선수를 응원하면서 경기를 지켜봤다. 

가볍게 맥주 들고... 이매진 드래곤스의 축하공연부터 시작.

이렇게 마드리드까지 벼르고 별러서 왔는데 어째서 매치업이...ㅠㅠ

아 저 부러운 사람들. 티켓에는 응모했으나 역시 나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경기 자체는 큰 재미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반 페널티킥 실점을 토트넘은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아마 한국에서 새벽에 일어나서 봤다면 중간에 잠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다음날 아침 일찍 다음 도시로 떠나기 위해 금방 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촬영: 2019년 5월 31일~6월 1일, 스페인 마드리드, 나의 iPhone XR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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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30일 밤, 포르투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마드리드를 향했다. 이 날짜에 마드리드에서 일정을 잡은 이유는 꽤 명확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때문이었다. 이 날짜에 마드리드에 있겠다는 것을 제일 먼저 정해 놓고, 그 주위로 일정을 붙여 나간 것이다.


정류장 이름이 터미널도 아니고 Garagem(차고)이라니. 큰 도시의 터미널을 떠올릴 때 대합실과 매점, 연결된 쇼핑몰까지를 쉽게 떠올릴 수 있는데, 이곳에는 정말 시내 한복판에 있다고는 믿기 어렵게 말 그대로 차고처럼 생긴 건물이었다. 호스텔에서 체크아웃하면서 짐을 맡기고 저녁식사 전까지 어느 정도 돌아다닌 뒤, 버스 시간에 맞춰서 우버를 불러 정류장에 도착했더니, 좀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허름한 대합실에서 캐나다에서 왔다는 토트넘 팬 아저씨들을 만났다. 마드리드에 가는 목적이 나와 같았다. 잠시 손흥민 얘기, 서로의 여행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버스에 탔다.


도우루 강을 건너면서 마지막 사진을 하나 남겼다. 420km 정도 되는 거리를 달리는 야간버스다. 이 여행에서 처음으로 시도해 보는 야간 이동이다. 포르투에서 마드리드로 넘어가는 비행기편을 검색하다 비용이나 시간에서 딱 마음에 드는 옵션이 없어서 이렇게 1박도 아낄 겸 야간버스를 골랐다. 새벽 세 시 좀 넘어서 휴게소에서 정차해 화장실을 잠시 들렀다가, 아침이 되어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마드리드는 대한민국 밖의 도시 중 내가 가장 친숙함을 느끼게 된(?) 곳이다. 2017년 2월, 첫 유럽여행에서 살짝 맛보기를 했고, 그해 7월 스누인 마드리드 프로그램을 통해 3주 정도 머물렀었다. 그래서 낯선 곳이 주는 긴장 없이 굉장히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아침 시간대에 마드리드의 Estación Sur de Autobuses에 내려 지하철을 타고, 6호선에서 1호선으로 환승해 Tirso de molina역 근처의 호스텔에 짐을 풀었다.

마드리드에 가면 아침에 꼭 찾게 되는 음식. 추로스다.

Los Artesanos 1902.
Calle Arenal 건너편의, 이미 엄청나게 유명한 San Gines(이미 몇 번 가 봄)보다 약간은 덜 유명하지만 비슷하게 맛있는 곳이다. 사람도 적고, 갓 튀겨 나온 추로스를 맛볼 수 있었다. 내가 갔던 날은 프로모션 쿠폰을 나눠 줘서 할인이 약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드리드 대표 번화가인 그란 비아 거리. 건물의 색감부터 마드리드에 온 것 같은 기분이 한껏 난다.


처음으로 고른 곳은 마드리드에서 가장 유명한 세 곳의 미술관(프라도, 레이나 소피아, 티센-보르네미사) 중 유일하게 가 본 적이 없는 티센-보르네미사였다. 프라도 미술관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다. 국제학생증을 준비했으므로 나는 대학생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미술에 썩 조예가 깊진 않지만, 유명한 화가들 정도는 어느 정도 익히고 있다(이상 학창시절에 미술 수행평가에서 점수 까먹고 필기시험으로 메꾼 사람...). 고야의 "Las Meninas"가 유명한 프라도,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유명한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보다 다양한 시대(근현대 쪽에서 좀 더 강점인듯), 다양한 나라의 작가들로 컬렉션을 채운 느낌이었다. 인상주의, 추상화, 그리고 팝아트까지 다양하다.


마드리드 여행의 중심지인 Sol로 나왔다. 마드리드에서 평소에도 가장 붐비는 곳인데, 이날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전날 각종 행사로 더 붐볐다.

왕립 우체국 건물 역시 결승전 홍보 공간이 되었다.
이 사진을 보니 속이 쓰리다. 성적순으로 늘어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8강에서 바르셀로나를 만나 탈락했고, 리버풀 토트넘 바르셀로나 아약스가 오른 4강에서 나는 바르셀로나와 아약스가 결승에 진출해 그 경기가 요한 크루이프에게 바쳐지는 아름다운 경기가 되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안필드 원정에서 수비가 대참사를 일으킨 바르셀로나가 홈 1차전의 3:0 승리를 지키지 못하고 탈락했고, 아약스 역시 원정 1차전을 잡아내고 나서 맞은 홈 2차전에서 토트넘의 루카스 모우라에게 95분 결승골을 포함한 해트트릭을 내주고 결승진출에 실패했다. 아무튼 속이 쓰리다는 얘기다. 이렇게 된 이상 그냥 손흥민을 응원하는 쪽으로...

티오 페페. 셰리 와인 브랜드라고 한다. 저 네온사인 간판은 아마 솔 광장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아닐까.
이 주말 마드리드는 날씨만큼이나 높은 텐션으로 뜨거웠다. 체감상 팬베이스가 좀 더 전세계적으로 큰 리버풀 팬들의 화력이 좀 더 센 것 같은 느낌. 다음 포스팅에서 이 얘기는 좀 더 풀어놓을 생각이다.


촬영: 2019년 5월 31일, 스페인 마드리드, 나의 iPhone XR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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